[12월의 칼럼] 혹시 스포츠를 싫어하면 안 되나요 |정은숙|

1.
‘어떤 사람’이 보기에 우리나라는 스포츠 공화국이다. 실제 지난번 월드컵이 막 끝난 뒤에는 축구협회장이 가장 강력한 대통령 후보로 부각되기도 했었다. 우리나라가 스포츠 공화국이라는 예는 들기에 지겨울 정도다. 어느 골프 선수가 타국에서 대회에 우승했을 때의 일이다. 공을 쳐내기 위해 신발을 벗고 호수에 들어간 것을 두고 ‘외환 위기’ 이후 실의에 빠진 우리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라고 해석했을 정도니까. 일년에 몇 번인가 국가 대항의 큰 게임이 있으면 그걸 보겠다고 거리는 거의 철시를 한다. ‘어떤 사람’이 보기에 우리 국민의 스포츠를 통한 민족 감정의 표출은 위험스러울 정도라고 진단한다. 그런데도 아들을 축구선수로 만들지 못한 부모들의 성화가 대단하다는 말이 들린다. 직업적으로 스포츠를 하는 선수도 많고, 또 그 외에도 스포츠를 인생의 제일 가치로 두는 사람이 적잖은 것을 볼 때 ‘어떤 사람’은 아주 조심스럽고도 소심하게 ‘혹시 스포츠를 싫어하면 안 되느냐’고 물어보고 싶어질 수도 있겠다.

2.
‘어떤 사람’은 특히 구체적으로 종목을 들어 국가 대항 인기 스포츠에 대해서 싫어한다는 말을 하고 싶어 한다. 지난 월드컵 때의 나라 전체를 뒤덮을 것 같았던 그 구호와 그 종목 그 자체를. 그래서 온통 사람들의 시선이 그 쪽으로만 향해 있던 몇 달을. 그러나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스포츠든, 그 외 영화든 소설이든 문화적인 취향의 하나로 수용하는 것은 얼마든지 예외를 둘 수 있다는 생각이다. 다카하시 겐이치로의 소설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야구>를 보면 야구가 사라진 시대를 맞아 골방에서 야구에 대한 문구만 나오면 책에서 베껴 적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나온다. ‘어떤 사람’은 그런 주인공이라면 그 생각에 동의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은 순전히 개인의 취향의 문제인 것이다. ‘어떤 사람’은 생활체육에 대해서는 아무런 유감이 없다. 사실 프로 종목을 육성하기보다는 생활체육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리고 공중파 매체에서도 매번 인기 종목을 중계하기보다는 비인기 종목을 중계하는 쪽으로 더 집중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결국 모든 것은 우선순위의 문제로 귀착되는데, 우리 사회가 너무 소모되는 것, 즐겨 찾는 것만 소모되고, 수용되는 거 아닌가 하는 혐의를 갖고 있다.

3.
스포츠에만 이런 전횡이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우리 사회는 어떤 획일적인 가치체제에 따라 작동하는 부문이 너무나 많다. 스포츠도 그 가운데 하나라는 뜻일 뿐, 어찌 보면 스포츠 외에 다른 부문의 문제점이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다양성의 인정이나 타자의 인정은 아직 요원한 일로 보인다. 우리 사회가 순열한(이라고 주장하는) 단일혈통의 사회이기 때문일까? 타자를 이해하는 것이 왜 중요한가 하는 것은 타자를 이해할 때에만 상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와 남의 차이를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만 문화의 꽃이 필 수 있다. 스포츠를 통해 자기를 실현하는 것이야 왜 나쁘겠는가? 하지만 인기 스포츠가 아니면 자기를 실현할 수 없는 닫힌 사회에서는 스포츠 문화가 개화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어떤 사람’은 인기 스포츠 말고 몰입할 어떤 거리를 달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 도서출판 ‘마음산책’의 대표인 정은숙 시인은, 시집 <<비밀을 사랑한 이유>> <<나만의 것>>, 산문집 <<편집자 분투기>>를 펴냈다.
(2004.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