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깃털들 |이민하|

그러니까 간밤에 잠들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무언가에 골똘했었다. 불현듯 검은 천장을 찢고 떨어진 새 한 마리를 주워들고는 안절부절 내 목구멍에 착상시키는 중이었다. 여느 때 같으면 침대 위에서 회임한 언어의 깃털을 끌고 책상 위 분만대로 달려가든지, 아니면 어둠의 양수 속에 들여놓았다가 햇살의 부리로 터뜨리든지 둘 중 하나의 통로를 열어두기 마련인데 간밤엔 무슨 일이었을까. 아침도 한참 지나 까마득히 잊고 있던 저녁 무렵 서늘한 침대 위로 돌아와 보니 텅 비었다. 불길한 꿈만 꼬리처럼 매달려 하루를 쓸고 지나던 무렵이었다. 내가 이불로 덮어 두었던 동안 악몽의 분비물에 새가 익사한 게 분명하다. 상실이란 말도 가당치 않게 간밤의 새는 잊혀져 갔다.
망각이란 말도 어울리지 않게 당신의 얼굴도 잃어버렸다. 내가 이불을 개켜 버린 순간 기억의 분비물에 섞여 이름마저 증발한 게 분명하다. 불길한 예감만 꼬리처럼 매달려 계절을 쓸고 지나던 무렵이었다. 밤도 한참 지나 까마득히 잊고 있던 붉은 대낮에 메마른 침대 위를 더듬어 보니 텅 비었다. 여느 때 같으면 침대 위에서 회임한 시간의 깃털을 끌고 꽃밭의 분만실로 달려가든지, 아니면 아이리스*의 양수 속에 들여놓았다가 구름의 발톱으로 터뜨리든지 둘 중 하나의 통로를 열어두기 마련인데 그 땐 무슨 일이었을까. 불현듯 하얀 골목을 찢고 날아온 낯선 이름에 매달려 안절부절 추억의 구멍에 착상시키는 중이었다. 그러니까 그 때 눈뜨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무언가에 골똘했었다.
그러니까 그것들은 나와 관계를 맺기 전 나와 무관했으며 나와 관계를 맺음으로써 무관해졌다. 구멍이 뚫고 지나는 깃털들. 모든 관계는 부재의 통로다. 나도 내 몸과 관계를 맺고 난 이후 간간이 내 몸과 무관해지고는 한다. 밤을 새는 어둠이 햇살에 난자되듯, 유월의 꽃밭이 바람에 목을 매듯, 드릴처럼 나의 구멍을 뚫는 내 몸들이 깃털처럼 대지에 닿아 간질거리며, 언젠가는 영원히 박리될 것이며, 그러니까 누구도 함부로 소유에 대해 눈감지 못할 것이며, 누구도 함부로 소유에 대해 눈뜨지 못할 것이며,

* 아이리스(Iris Eye Drops): 인공누액의 일종.

(2005.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