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칼럼] 검으나 푸른 나의 반점 |편혜영|

반점이 나타난 것은 중학생 때였다. 지루한 성장통이 아물고 징후로 나타나던 2차 성징이 완료된 즈음이었다. 언제부터인지 오십 원짜리 동전 크기만 하게 푸른 얼룩이 도드라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멍이 든 줄 알았다. 얼굴에, 그것도 눈가에 든 멍이라서 어디에 부딪힌 건지 궁금했을 뿐이었다. 오른쪽 눈꼬리에서 볼로 내려오는 부근이었다. 처음 나타난 것이 언제인지는 알 수 없으나, 어느 날 갑자기 거울을 통해 확인하게 되면서 푸른 반점은 명백해졌다. 그것은 길고 지난한 성장을 하느라 부대낀 몸이 만들어 낸 얼룩 같았다.

좀체 없어지지 않는 푸른 멍에 대해 사방으로 묻고 다니시던 부모님은 드디어 반점이 성장기를 지난 후에 도드라지기 시작하는 특징을 지닌, 커다란 점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것은 점점 커져서 뺨으로 뻗어내려 올 것이고, 점점 짙어져 검으나 푸른, 혹은 푸르나 검은 반점이 될 거라고 했다. 내심 반점이 내 몸의 성장이 멈추었다는 신호가 아닐까 두려웠다. 그 해 신체검사에서 키는 154센티미터였다. 몸무게와 그 밖의 신체 크기는 기억할 수 없지만 또래 평균이거나 평균을 넘지 못했을 것이다. 아직 성장해야 할 것이 많았다. 반점이 성장 완료의 표식이라도 되는 것처럼 우울해졌다. 그러는 사이에도 반점은 좀더 분명한 방법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려고 애썼다. 그것은 최초에 단지 푸른 얼룩이었지만 점차로 검푸른 색으로 짙어졌다. 기분이 좋을 때면 반점은 사춘기를 지내느라 수고했다는 몸의 인사로 느껴졌지만, 기분이 우울할 때면 사춘기 이후 계속될 삶에 대한 부끄러운 인사처럼 느껴졌다.

사춘기를 지나 더 이상 현격한 성장이 나타나지 않는 가운데 반점은 죽은 후에도 자란다는 머리카락, 손톱 등과 어우러져 끊임없이 자라났다. 오른쪽 눈꼬리에서 점차 볼로 내려와 종내는 뺨 한복판까지 푸른 반점이 번져 있었다. 그제야 슬슬 머리통까지 푸르게 변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곤 했다. 걱정은 해도 별 소용이 없는 것이어서 반점은 강한 자생력을 품고 드세게 자랐다. 나중에는 이왕 푸르러질 거면 얼굴에 균일하게 색이 번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 때는 뺨 한복판까지 내려온 반점이 이미 검게 변해가는 중이었다.

반점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은 그 즈음이었다. 몸이 성장을 멈춘 다음에서야 서서히 성장을 시작하는 반점의 이름은 ‘오타씨 모반’이었다. 그것은 사춘기 무렵부터 눈 주위에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해 점점 커지는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반점을 발견한 일본인 오타씨의 이름을 따서 그렇게 불렸다.
비로소 이름을 갖게 된 반점은 내가 이름을 말할 때마다 점점 더 검푸르러졌다. 그것은 쉽게 기미나 눈 밑의 다크써클로 오해되었다. 종종 얼굴에 먹지가 묻었다며 닦아 주려는 친절한 선배를 만나기도 했다.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이것은 피곤의 기미나 누수된 마음을 감추기 위해 얼굴에 핀 곰팡이가 아니라, ‘오타씨 모반’이라고 말해 주었다. 그 말을 할 때면 얼굴이 푸르러졌는지도 모른다. 아마 홍조를 띤 얼굴이었을 테지만, 나는 지금도 부끄러울 때면 얼굴이 푸르러진다고 믿는다. 내심 반점을 처음 발견한 사람이 일본인 나카무라씨나 야마다씨, 혹은 아사꼬씨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카무라 모반이나 아사꼬 모반보다는 오타씨 모반이라는 이름이 훨씬 학술적이고 범국가적이었다.

반점이 나타난 지 15년 만에 레이저 시술을 받았다. 평생에 걸쳐 반점이 커질 수 있다고 해서였다. 딱지가 떨어지자 반점은 최초의 검푸른 색에서 푸르른 색으로 변하였다. 세 번 더 시술을 하면 그 푸르름도 옅어질 거라고 했다. 거기서 세 번 더 시술을 하면 색소를 다 뺄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레이저 시술의 과정은 길고 번거로웠으므로 나는 그것을 더 이상 받지 않기로 했는데, 이미 받은 두 번의 시술로 반점은 애초의 검으나 푸른 색깔을 잃고 투명한 푸른빛이 되어 있었다. 나는 푸르른 반점이 있는 자리를 오랫동안 들여다보았다. 시술의 번거로움 때문이었지만 동거한지 15년 만에 기꺼이 반점을 내 몸의 일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렇게 애착을 갖고 있으니 남을 테면 남아 보렴, 하는 심정이기도 했다. 나는 앞으로도 부끄러울 때면 반점과 함께 푸르러지고, 머리통조차 푸르게 변해가는 걸 상상하며 살아갈 거였다. 나는 반점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반점과 인사를 나누기는 처음이었다. 안녕, 나의 반점.

* 소설가. 작품집 <<아오이 가든>>을 펴냈다.
(2005.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