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칼럼] 부사(副詞)와 인사 했어 |김애란|

나는 부사(副詞)에 대해 생각한다. 전기요금, 건강보험, 오늘의 날씨를 생각하는 것처럼, 곰곰이 그리고 자주. 나는 부사를 쓴다. 하나의 문장 안에 하나만 넣을 때도 있고, 두 개 이상을 쓸 때도 있다. 물론 가끔은 전혀 쓰지 않기도 한다. 나는 부사를 쓰고, 부사를 쓰면서, ‘부사를 쓰지 말아야 할 텐데’하고 생각한다. 나는 부사를 지운다. 부사는 가장 먼저, 가장 많이 버려지는 단어이다. 부사가 있으면 문장의 격이 떨어지는 것 같고, 진실함과 긴장감이 약해지는 것 같다. 실로 오래 전부터 훌륭한 문장가들은 우리에게 부사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해 왔다. 나는 부사가 걸린다. 부사가 낭비된 걸 보면, 나도 모르게 그 문장을 고쳐 읽게 된다. 한 번은 문장 그대로, 또 한 번은 부사를 없애고. 그러고는 언제나 나중 것이 더 좋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 문장 안에 부사가 있었다는 걸, 부사가 없는 자리를 보며 기억한다. 부사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지 모른다. 나는 부사- 하고 발음해본다. 그 이름, 어감 한 번 지루하다. 부사는 가볍다. 부사는 크다. 부사는 단순하다. 부사는… 잘 모르겠다. 아무래도 좀, 이상한 품사 같다.

나는 부사를 쓴다. 나는 부사를 지운다. 나는 부사가 걸리고, 부사가 창피하다. 나는 부사에 주의한다. 나는 부사가 불편하다. …아무래도 나는, 부사를 좋아하는 것 같다. 나는 손가락을 모으며 이 말을 아주 조그맣게 한다. 글 짓는 사람이 이런 말을 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나는 부사를 ‘꽤’ 좋아한다. 나는 부사를 ‘아주’ 좋아한다. 나는 부사를 ‘매우’ 좋아하며, 절대, 제일, 가장, 과연, 진짜, 왠지, 퍽, 무척, 좋아한다. 등단 이후로, 한 문장 안에 이렇게 많은 부사를 마음껏 써보기는 처음이다. 기분이 ‘참’ 좋다.

부사에 관한 글을 써보고 싶었다. 부사가 자꾸 떠올랐다. 나도 알고 있다.
부사는 단점이 많다는 걸. 소설가가 부사와 사랑에 빠지면 안 된다는 걸. 나 역시 <당신을 ‘정말’ 사랑합니다>보다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더 좋아한다. 혹은 부사가 있거나, 없는 문장이 아닌 당신의 침묵을 더 경청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중 어느 것이 더 진짜에 가까운 마음이라고는 말할 수 없으리라. 우리는 진심이 전해지길 바라지만, 동시에 노련하게 전달되기를 바란다. 그러니 당신을 ‘정말’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촌스럽거나, 순진하거나, 다급한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이리라. 실로 부사 안에는 ‘저것! 저것!’하고 가리키는 다급한 헛 손가락질의 느낌이 들어 있다. 부사는 그게 무엇인지는 설명하지 못하고 그냥 ‘저것! 저것!’ 한다. 그것은 설명보다 충동에 가깝고, 힘이 세지만 섬세하지 못하다. 부사는 동사처럼 활기차지도, 명사처럼 명료하지도 않다. 그것은 실천력은 하나도 없으면서 만날 큰소리만 치고, 툭하면 집을 나가는 막내 삼촌을 닮았다. 부사는 과장한다. 부사는 무능하다. 부사는 명사나 동사처럼 제 이름에 받침이 없다. 그래서 가볍게 날아오르고, 큰 선을 그린 뒤 ‘그게 뭔지 알 수 없지만 바로 그거’라며 시치미를 뗀다. 부사 안에는 쉽게 설명해버리는 안이함과 함께, 그렇게 밖에 설명할 수 없다는 안간힘이 들어 있다. ‘참’, ‘퍽’, ‘아주’ 최선을 다하지만 답답하고 어쩔 수 없다는 느낌. 말(言)이 말(言)을 바라보는 느낌. 부사는 마음을 닮은 품사이다. 나는 부사의 다급함이 좋다. 그것은 무언가를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은 예감에서부터 출발한다. 계속 지울 부사를, 자꾸 쓰게 되는 건 모두 그 때문인지도 모른다.

‘제일’ ‘가장’과 같은 최상급을 쓰면 즐거울 때가 있다. 그때 나는 ‘무척’ 진실한 거짓말을 하는 기분을 느낀다. 그래서 종종 다른 방법을 놔두고 단순하고 무능한 부사를 쓴다. 그의 무능에 머리를 기댄다. 부사는 점잖지가 않아서 금세 얼굴빛이 밝아진다. 조금, 정직한 것도 같다. 부사는 거짓말 곁에 바싹 붙어 있다. 싸움 잘 하는 친구에게 다가가 팔짱을 끼는 여중생처럼. 부사는 과장과 허풍, 거짓말 주위를 알찐거린다. 나는 거짓말을 쓰되, 그것인 거짓말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고심하다 겨우 부사 몇 개를 지운다. 나의 ‘초조’를 들키지 않기 위해, 부사를 극복하기 위해, 그리고 내가 부사를 좋아한다는 걸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하기 위해, 부사를 쓰고, 부사를 지운다. 누군가는 문장론에 ‘부사는 지옥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만일 지옥의 특징 중 하나가 ‘지루함’이라면, 그것은 이상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부사는 세계를 우아하게 만들어주지는 못하지만, 흥미롭고 맛깔 나게 만들어준다. 부사가 있을 곳은 지옥이 아니라 이 말도 안 되고, 다급하고, 복잡한 세상. 유려한 표현 대신 불쑥, 부사를 내뱉을 수밖에 없는 속세, 그리고 그 세속 안에서의 내 소설, 소설 안에서의 내 속세 안에서일 것이다. 부사에 관한 글을 쓰고 싶었다. 부사를 썼다. 부사와 인사했다. 기쁘다.

[소설가/ 작품집, <<달려라 아비>>가 있음]
(2007.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