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칼럼] 그리고 바지를 벗었다 |신영배|

물고기 한 마리를 가지고 있었다. 밤이었다. 입에서 나온 것을 두 손에 받아 들고 있었다. 물고기가 딸꾹질을 했다. 귀에 물고기를 가까이 댔다. 무어? 말소리가 들렸다. 무어? 무어? 딸꾹질을 계속했다. 말꼬리를 자르고 싶었다. 우선 물고기의 수염을 떼어냈다. 한 밤이 흘렀다. 수염 없이 거울을 보았다. 거울에는 수염이 없다. 밤이었다. 무어? 딸꾹질 소리를 듣고 당신은 떠나 버렸다. 무어. 이해할 수 있었다. 물고기의 비늘을 하나씩 떼어냈다. 입을 벌리면 혀에서 툭툭 각질이 떨어져 내렸다. 어떤 말들이 생략되었다. 물고기의 비늘을 모두 떼어냈다. 혀가 단단히 굳었다.
밤에 문장 하나를 가지고 있었다. 딸꾹질이 나왔다. 길고 매끄러운 문장의 지느러미를 손끝으로 잡았다. 손톱을 세웠다. 그리고 지느러미를 살살 긁었다. 산문을 쓰기 위해 시를 먼저 썼다. 이글은 걸러내기 위한 방식이다. 하지만 걸러내고 걸러낸다고 해서 이것이 시가 되지는 않는다.
물고기의 지느러미를 떼어냈다. 어떤 저항이 있었다. 한 밤을 지났다. 말이 부풀었다. 수면에 주둥이를 대고 떠올랐다. 숨이 가빴다. 물고기의 아가미를 떼어냈다. 물고기는 마지막으로 눈만 달려 있다. 마지막으로 두 눈을 떼어낸다. 보이지 않는다. 거기, 무엇인가. 물고기는 없고 물고기를 생각하는 그것이, 거기 있다. 잎이 있을 때는 꽃이 없고 꽃이 있을 때는 잎이 없으므로 잎은 꽃을 생각하고 꽃은 잎을 생각한다-상사화. 소아마비에 진통 효과가 있는 그 꽃을 씹는다.

상사병. 서로 생각만 하는 병에 걸려 있다.

그림자에 눈알을 붙였다. 산문을 쓰기 위해 시를 먼저 썼다. 자궁 속에 들어 있던 두 다리를 꺼냈다. 태어난 문장의 발가락을 세어 본다. 문장은 기어 다닌다. 그리고 문장은 선다. 이제 문장은 걸어 다닌다. 곧 주저앉는다. 상사화를 씹는다.
당신을 생각한다. 꽃이 사라진 뒤. 어디서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 자리에 부리를 붙였다. 어디에 온기가 느껴졌다. 그 자리에 깃털을 붙였다. 푹 빠져 들어가는 허공이 보였다. 그 자리에 발바닥을 붙였다. 빗방울에 눈썹을, 구름에 꽁지를 붙였다. 푸덕거리며 바람이 갈라졌다. 그 자리에 날개를 붙였다. 나는 새 한 마리를 가지고 있었다. 낮이었다. 입을 벌리면 혀에서 톡톡 깃털이 돋아났다. 낮에 문장 하나를 날려 보냈다.

밤과 낮의 공간에서, 물과 공기의 공간에서 나는 문장 하나를 가진 적이 있었고 그것을 날려 보낸 적이 있다.

그림자 셋, 그것이 내 발끝에 달려 있었다. 그림자 셋은 함께 걸었다. 나도 걸었다. 발끝에서 그들의 대화 소리가 들렸다. 어디? 그들은 한곳으로 가고 있었다. 어디.
그림자 셋, 그것을 내 두 다리와 하나의 머리라고 해도 좋다. 혹은 바지와 모자. 두 다리의 문장에 예쁜 모자를 씌워주고 싶었다. 경쾌한 작은북 소리를 얹어주고 싶었다. 멋지게 날리는 망토를 둘러주고 싶었다. 문장에.
그러니까 그림자 셋의 모양은 이렇다. 하나는 두 다리와 망토, 또 하나는 두 다리와 작은북, 또 하나는 두 다리와 모자. 망토, 작은북, 모자 들은 각각 다리와 떨어져 있다. 떨어진 채 걸어간다.

shinyoungbae0629

그림자 셋 위에 내가 서 있다. 그들이 걷고 내가 걷는다. 그림자 셋은 서로 다르게 말한다. 그곳. 그곳. 그곳은 셋에 의해 말하여진다. 나는 그곳으로 가고 있다. 따로따로 떨어진 셋은 함께 걸어가고 있다.
셋은 점점 가까워진다. 망토가 슬쩍 작은북을 감싼다. 차르르, 망토가 날린다. 셋은 점점 가까워진다. 모자가 망토 위에 얹어진다. 어깨에 그늘이 앉는다. 셋은 그곳에 이른다. 바다. 그리고 하늘. 바다와 하늘 사이에서 셋은 하나의 점이 된다. 바다 앞에서 나는 모자를 벗는다. 그리고 바지를 벗었다.

상사병. 서로 생각하는 꽃.

내 두 다리는 한 점에 닿는다. 물고기가 헤엄치다 새가 되어 날아가는 공간의 한 점. 물고기는 없고 물고기를 생각하는 그것이 있는 곳. 새는 없고 새를 생각하는 그것이 있는 곳. 더 이상 떼어낼 수 없는 물고기의 문장과 처음 무엇을 붙이기 전인 새의 문장이 동시인 곳.그리고 곧 주저앉는 다리. 상사화를 씹는다.

[시인]
(2009.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