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칼럼] 형용사 |송승환|

푸르다 붉다 푸르다 붉다 푸르다 붉다 푸르다 검다 푸르다 검다 푸르다 붉다 검다.
푸르다 붉다 푸르다 검다 푸르다 검다 푸르다 검다 붉다 검다 검다 검다.
푸르다 붉다 푸르다 붉다 푸르다 검다 검다 검다 희다 희다 희다 검다.
푸르다 검다 희다 푸르다 검다 희다 푸르다 붉다 희다 푸르다 붉다 희다 검다.
붉다 희다 붉다 희다 붉다 희다 붉다 희다 붉다 붉다 붉다 검다.
붉다 희다 붉다 희다 붉다 검다 붉다 검다 검붉다 검붉다 검붉다 검다 검다 검다.

끝나지 않은 문장이다. 무한히 색채 형용사로 이어질 수 있는 문장이다.
어떤 사물에 대한 묘사이다.
어떤 나무와 꽃의 색깔이 변화하는 양상을 묘사한 것이면서 동시에 어떤 새의 울음소리와 어떤 동물의 피부를 묘사한 것이다. 그 나무와 꽃과 새와 동물은 실재하는 사물일 수도 있고 실재하지 않는 사물일 수도 있다. 사물의 실재 여부와 무관하게 언어는 불완전한 까닭에 사물에 대한 묘사는 불완전한 상태다. 사물에 대한 묘사가 불완전함에도 불구하고 사물에 대한 묘사는 시에서 필수적이므로 형용사는 필요하다. 불완전한 형용사로 사물의 있는 그대로를 묘사하기. 미완의 언어로 사물 자체를 완벽하게 형상화하는 것. 그것이 시, 아닐까.
사물에 대한 완벽한 묘사를 위해 색채 형용사로 무한히 표현하면서 앞선 색채 형용사를 무한히 부정하는 시. 동시에 사물의 생성과 소멸과 변화의 리듬을 담아내는 색채 형용사의 시. 소리 내어 다시 한 번 문장들을 끝까지 읽어본다. 시의 실패는 분명하다.
그러나 색채 형용사로만 이뤄진 문장의 낭독 속에서 형용사의 본래 의미와 느낌은 달라지고 있다. “푸르다”와 “붉다”와 “희다”와 “검다”에서 마지막 “검다”만 제외하고 종결어미 ‘-다’는 연결어미 ‘-다’로 모두 변환되고 있다. 문장의 종결을 가리키는 종결어미와 다르게 연결어미 ‘-다’는 사물의 색채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동시에 반복되는 형용사는 의성어와 의태어로 전환되어 부사의 성격을 획득하는 지점을 발생시키고 있다. 의성부사와 의태부사로 전환되어 반복되는 지점에서 색채 형용사는 본래의 색채와 의미가 지워지고 리듬 자체를 생성하고 있다. 형용사의 본래 의미와 성격을 지우고 사물의 운동 리듬을 드러내면서 사물 자체에 근접하는 형용사. 나에게 형용사는 시다.
[시인]
(2009.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