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 신작시] 피다 |김혜순|

주리고 주리더니
그 얼굴을 뚫고 꽃 한 송이 올라왔네
그래도 꽃이라고 힘없이 미소는 떠있네
늘 고프다 고프다 우는
목구멍 속 허공아 천지야
이 꽃이라도 먹고 가련

 

그래도 숨은 쉰다고
가슴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더니
그 가슴을 뚫고 꽃 한 송이 올라왔네
늘 쏘다니며 눈알 굴리던
굶주린 새떼 같은 바람아
이 꽃이라도 먹고 가련

 

향수 공장에서 나온 아줌마들이
배낭을 메고 올라와
참꽃들 훑어가네
어떻게 핀 꽃인 줄도 모르고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들이
이렇게 되도 싸지 하면서
저승을 한바퀴 돌아와
저승 냄새나는 꽃들
마음껏 훑어가네
미친년 미친년 이것도 꽃이라구
머리채를 잡아당기네

 

꽃가루 한번 못 날려보고
내 무덤 위에 핀 꽃들
배낭 속으로 쓸려 들어가네

 

마지막엔 증류기 속으로 들어가
냄새마저 빼앗긴다네

(2009.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