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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문인들의 홈페이지 | 조용호 기자 | 세계일보 | 2000.4.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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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23 00:00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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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명 문인들, "나도 사이버 집 있어요"
문단의 중심에 서 있는 유명 문인들이 사이버 세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고 있다. 지금까지 '사이버 문학'이란 타이틀을 내건 판타지 소설이나 무협물 등의 독무대처럼 인식되어온 사이버 공간에, 이른바 본격 문학 작가들이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어 독자들과 보다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흐름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종이책의 미래에 대한 불안과 함께 문학 위기론이 널리 퍼지고 있는 시점에서 이같은 변화는 오히려 본격 문학의 대중화로 가는 새로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재 문단과 출판계에서 어느 정도 명망을 확보한 작가들이 구축한 개인 홈페이지는 20여개에 이른다. 소설가 박범신 김원일 마광수 이인화 김탁환 장태일 주인석 김영하 이외수 성석제 신경숙 이문열 김별아 이순원 양귀자 한강 신상성씨, 시인 구상 김소연 등의 홈페이지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들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작가의 약력과 작품은 물론 연재 산문까지 제공하고 독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게시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일단 한 작가의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막연하게 책으로만 대했던 작가의 전모를 친근하고 자세하게 파악할 수 있다.
작가들의 홈페이지는 작가 스스로 만드는 경우와, 교수직을 겸하고 있는 경우에는 제자들이 아니면 열성독자들이 자발적으로 제작해 운영을 보조하는 경우들로 대별된다. 박범신씨의 '와초' 사이트는 명지대 국문과 대학원생들이 만들어준 경우. 이 사이트는 웬만한 상업 사이트보다 훨씬 예쁜 디자인과 알찬 운영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박범신씨의 시가 떠 있는 화면 위로는 별들이 떨어져내리는 그래픽도 볼 수 있다. 마광수씨의 홈페이지에는 페이지마다 마씨가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이 함께 흘러나오고 마씨가 그린 그림들이 수시로 바뀌어 나타난다. 신진 작가 고은주씨는 1997년에 홈페이지를 개설한 선두 주자 중의 한 사람. 그의 사이트에는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의 사진첩이 친절한 사진 설명과 함께 게시되기도 한다. 자신에 대한 시각적 흥미를 통해 작가와 작품에 더 깊이 친숙해질 수 있게 만든다. 김영하씨의 홈페이지는 문단에도 이미 널리 알려진 대표적인 사이트다. 자신의 작품과 연관된 음악이나 그림을 직접 올려 이해를 돕고 독자들과 활발하게 의견을 나눈다.
성석제 이인성 이문열 신경숙 등의 경우는 독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 놓은 홈페이지. 이중에서도 이인성씨의 홈페이지는 전문적인 솜씨로 아름답게 만들어 놓아 이씨의 작품 세계를 입체적으로 파악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뜨락에서 만난 작가' 코너에는 작가 약력, 작가 소묘, 작품 및 비평 목록과 최신 자료를 모두 올려 놓았다. '작가 앨범'에는 파리 체류 시절, 고 김현 평론가의 묘소에서 찍은 사진도 있다. 이밖에도 '초대 문인' 코너에는 가까운 시인 작가들의 글을, '골방의 낮은 숨결' 란에는 작가의 단상들을 게시해 놓았다.
그러나 이처럼 전문적인 수준의 사이트가 있는가 하면. 이문열 신경숙씨의 비공식 홈페이지는 작가 본인이 본격적으로 개설한 것이 아니라 아마추어 독자들의 동호회 성격으로 운영되는 초보 단계에 불과하다. 아직 대부분의 작가 홈페이지는 작가 자신이 적극적인 홍보 차원에서 만든 것이라기보다 출판사나 독자들의 움직임에 수동적으로 따라간 경우가 많다. 자료도 아직 맛뵈기 차원의 것들이다. 현재 올려져 있는 작품들에 관한 저작권 문제 또한 향후 선결돼야 할 과제로 꼽힌다. 지금은 단순히 홍보차원에서 얼마든지 다운로드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이 문제도 신중하게 검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학평론가 하응백씨는 "이제 갓 아마추어 수준을 벗어난 문인들까지 포함하면 현재 개설돼 있는 홈페이지만도 그 숫자가 만만치 않다"며 "이들의 홈페이지를 독자들이 어떤 기준으로 제대로 선별하느냐가 관건인데 당분간은 종이책 출판계의 문인서열이 그대로 온라인에 적용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와 함께 "작가들이 즉각적으로 독자들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는 온라인 상의 장점이 독자들과 쉽게 타협할 수 있는 단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디지털시대 사이버 세계와 본격 문학의 접목은 피할 수 없는 대세이긴 하지만, 어떤 자세로 문학 본연의 순수성을 지켜나갈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