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사랑방

김태용 연작소설집, 『음악 이전의 책』

작성자
문학실험실
작성일
2018-09-27 21:40
조회
542
♠ 문학실험실의 <틂-창작문고> ‘콘셉트’ 작품집 시리즈 008

―음악의 망각을 기도한 자리에서 발견되는 끈질긴 폐허…
―한국문학의 언어 실험을 개척해가는 가장 도전적인 텍스트

2005년 『세계의문학』으로 등단해 <한국일보문학상> <문지문학상> <김현문학패>를 수상한 바 있는 김태용 소설가의 야심적인 콘셉트 소설집이 나왔다. “21세기 한국문학을 열어나가는 작가 중 가장 별종이라는 데에 이견을 낼 사람은 많지 않을 것”(김현문학패 선정의 말)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김태용 작가는 이번 작품집으로 그 평가의 당위성을 선명하게 증명해낸다.

서사 평형 상태를 유지할 것.
우리가 무엇을 쓸 때 무엇을 쓰지 않을 수 있을까.
[…]
우주의 엑토플라즘 같은 지구의 음향 인플레이션 속에서.
도착한 뒤 바로 떠났던 사람들.
미래의 조상이 흩뿌려 놓은 우주의 정념이 이끄는 대로.
우리가 무엇을 읽을 때 무엇을 읽지 않을 수 있을까.
서사 평형 상태를 무너뜨릴 것.
(「사운드 에세이」 중에서 )

∎언어의 폐허, 폐허의 언어에서 새로운 길이 열린다…
김태용의 소설은 그간 “음절과 발음의 차원에서 부서지고 무너지는 언어의 궤적 속에서 역설적으로 차이와 잠재성을 생성하는” 전위적 작품을 선보이며 한국문학의 최전선을 이끌어왔다. 이번 소설은 이러한 언어 실험의 극명한 선취를 다시 한 번 정초하게 보여줌으로써, 과잉된 드라마(서사)가 범람하는 작금의 문화 현실 속에서 현대 소설이 나아갈 하나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둘로 잘린 음악의 상처로부터 유령이 깨어난다. 자신이 자신을 따라다닌다는 말은 아직 음악이 되지 못한 음악이 자기 분열 상태에 있음을 알리는 고백이기도 하다. 게다가 거기서 속삭이고 있는 유령은 또한 둘로 잘린 밤을 배회하는 중임을 알게 된다. 둘로 잘린 음악의 밤, 여기서 ‘둘로 잘린’이라는 표현은 ‘음악’을 수식하면서 동시에 ‘밤’을 수식하는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김태용의 소설은 이처럼 둘로 잘린 음악이 둘로 잘린 밤을 배회하는 상태를 한없이 유예하고자 하는 무인칭의, 아니, 다인칭의 욕망이 웅성거리는 텍스트다.” (유운성, 영화평론가)

∎아무것도 아닌 언어, 그렇기에 모든 것인 언어의 무한 반복
분열적 존재, 두 개의 계열 사이에서 이처럼 배회하고 왕복하는 유령이야말로 문학에 가까운 것이라고, 김태용은 생각한다. 문학의 자리란 것은 없다. 문학은 계속해서 무언가를 둘로 나누고 스스로도 나뉘면서 지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문학에 가까운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아니기에 계속해서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유령에게 반복이란 것은 없다.’ 유령은 모든 것이 처음인 것처럼 반복 없는 영겁회귀의 운동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아닌 것과 모든 것을 그저 나란히 놓고 두 개의 계열을 다시 불러들이면서, 음악이 스며들기 전에 밤을 불러내면서…
“음악으로 시작하자. 이미 시작했지만 음악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야. 다시 시작한다는 것. 그것만 믿고 여기까지 왔다. 하나의 이름을, 한 편의 이야기를, 오랫동안 머릿속에 품고 있었다. 그보다 오래전 음악이 있었다. 음악 이전의 밤이 있었다.” (「음악 이전의 밤」 중에서)


<차례>

1. 사운드에세이
2. 음악유령부글부글
3. 음악 이전의 밤
4. 사육을 거부당한 개들의 아침
5. 화해불가 Fiction for Film
6. 튀니지 색채

感 • 이름 이전의 웅성거림 _ 유운성(영화평론가)

* 문학실험실 홈페이지: www.silhu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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