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사랑방

진연주 연작소설집 『이 방에 어떤 생이 다녀갔다』

작성자
문학실험실
작성일
2017-11-15 21:10
조회
549
문제적 장편 소설 『코케인』으로 문단의 주목을 받아온 진연주 작가의 첫 소설집.
200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서 “결점을 찾기 힘들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는 평을 받으며 등단한 진연주 작가는 첫 장편 『코케인』을 통해 한국 문단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온 바 있다. “서사보다는 내면에, 사건보다는 문장에, 대사보다는 침묵에 더 힘을 기울인 소설”(류보선)이라는 평을 받은 진연주 작가는 그의 첫 소설집에서 한층 더 세련된 언어 감각을 선보인다. 진연주의 장편이 “감각과 이미지와 우연만으로도 서사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또렷한 언어로 증명”했다면 이번 연작소설집은 그 서사마저도 방이라는 특수한 공간을 통해 내면화하고 응축해냄으로써, 현대인의 고독을 더 아프게, 더 도드라지게 승화해낸다.

“우리 둘은 한 번도 겹치지 않았다. 네가 너무 빠르거나 내가 너무 빨랐다. 네가 너무 늦거나 내가 너무 늦기도 했다. 너는 쉬지 않고 돌아왔지만 네가 돌아올 때마다 나는 그 장소에 없었다. 그리고 내가 그 장소에 있을 때 너는 돌아오지 않았다. 너는 기다리지 않으면 오지 않았고, 기다리지 않아도 왔고,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네가 오지 않는 날의 방은 도처에서 볼 수 있는 흔한 방에 지나지 않았다. 무엇인가가 철렁 내려앉지도, 갈팡질팡하지도, 산산조각 나지도 않았으며 증오나 분노 같은 강렬한 의지도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설렘이나 그리움 같은 게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니까 네가 오지 않는 날의 방은 철골과 시멘트와 나뭇조각으로 이루어진 사각에 불과했다. 사각형 안에서, 그리고 밖에서, 너와 나는 항상 어긋났다. 너는 그 어긋남이 우리의 관계를 유지해 줄 거라고 했다. 너는 그것을 거리라고 불렀다.”

<차례>

_방
_검은 방
_눈먼 방
_허공의 방
_이 방에 어떤 생이 다녀갔다

작가의 말
해설_김형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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